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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사람이 배운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책을 쓴다.

전문성을 공유하려고 쓰기도 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쓰기도 한다.

“나는 왜 썼나?”

이 질문을 나에게 내민다면, 한 가지 대답을 댈 것 같다.

“만들 때 배우기 때문이다”

메모 툴 에버노트와 관련해서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와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실전편』두 권의 책을 내고, 회고를 많이 했었다. 독자들이 남긴 피드백으로 콘텐츠 측면에서의 회고를 했고, 또 나 자신에 대한 회고를 했다. 그 때 가장 많이 마주한 생각이 “만드는 사람이 배운다”는 것이었다. 더 정확히 표현해보자면, 내가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를 했을 때 가장 성장의 폭이 컸다. 할 줄 알아서 썼다기 보다는, 처음부터 내용을 다 갖고 있어서 썼다기 보다는, 만들면서 스스로 내용을 구성해야 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나는 왜 썼나?” 질문으로 가보자면, 나를 위해서 쓴 셈이다.

작년 5월 쯤, 어느 중소 규모의 출판사가 연락을 해왔다. 『생산적인 생각습관』의 초안의 초안을 갖고 미팅을 했었지만 아쉽게도 논의는 엎어졌다. 그 후에 다른 출판사에 제안을 할 생각을 해보다가 깊게 고민하지는 않고 직접 ‘생각서랍 출판사’를 만들게 됐다. ‘만들 때, 배우겠거니’라는 생각의 연장선이었다.

‘내가 만든 출판사에서 내 책을 낸다.’ 

이 명제는 그 자체로는 멋져 보인다. 그런데 이대로 실행을 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출판사와 계약을 하면 마감 기한이 생긴다. 작가가 서명을 했으니, 출판사는 까방권을 갖고 마감이 다가오면 작가를 쪼을 수 있다. 물론 작가를 쪼아댄다고 출판사 속이 편하다는 말은 아니다.

한 편, 작가는 마감 기한이 가까워올수록 더욱 강렬하게 딴짓에 대한 욕구가 샘솟지만, 계약서의 내용도 있겠다, 어기적어기적 다시 원고로 돌아온다.

스스로가 출판사의 대표이자 작가가 되는 것은 그래서 위험이 도사린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 곧 마감 기한이 되기 때문이다. 나 자신과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이유가 언제나 충분히 많다. 다시 말해, 영원히 실행하지 않아도 될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갖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쯤 되니, 나는 내가 해낼 수 있도록 내가 나를 코칭해야 했다. 정말로 더 생산적으로 변해야만 했다.

책의 목차대로 <1.생각습관, 2.기록습관, 3.정리습관, 4.통제습관, 5.실행습관, 6.개선습관, 7.생산습관>을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적용해야 했고, 적용한 것만큼 쓸 수 있었다.

만드는 일은 어렵다.

처음 해보는데 마치 해본 일처럼 하기란 정말 어렵다.

또, 그 일을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경우라면 거기서 오는 압박과 스트레스는 무시 못한다.

그래서, 혹은 그렇기 때문에, 혹은 그러한 이유로 만들 때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다.

앞선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실전편』은 에버노트의 화면 스크린샷이 들어가고, 프로세스를 진술하는 성격의 글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는 아니었다.

『생산적인 생각습관』은 달랐다. 구상하고 목차를 잡아가고 글을 써 가면서도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규모의 일이 맞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스트레스도 전에 없이 컸다.

이 강제적 성장 과정은 마치 스스로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올려서, 스스로를 산 정상에 이르게 해야하는 스트레스였다. 다행인 건, 책을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는 능력 자체도 함께 커졌다는 점이다. 위험했지만, 또 그만큼 성장했다.

책의 목차에 대해선 책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생산적인 생각습관』의 목차는 작업 순서에 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으로 7장에 있는 ‘생산습관’, 즉 무언가를 계속 만드려는 습관을 가장 앞에 두면, 후순으로 다른 습관이 필요해진다. 만들어야 할 때라야, 만들고자 할 때라야 다른 모든 것의 순서가 제 위치를 잡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전체 규모를 역산하는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회사 일도 계약이 되고 마감 기한이 잡힌 순간부터 일이 돌아가는 것처럼 그렇다.

많이 배우고 싶다면, 지금 수준에서 가능한 무언가를 만들어보라. 혹은 마치 만들것처럼 생각해보라. 전에 없는 성장의 폭을 경험할 수 있다.

“배우려는 사람이 만들지 않는다. 만들려는 사람이 배운다.”
– 『생산적인 생각습관』, 서민규

One Comment

  1. 정일융
    정일융 2019년 2월 7일

    서민규 선생님 안녕하세요,
    서강대학교에서 Workflowy특강 들었던 정일융 입니다.

    기억나실 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Workflowy의 매력에 빠져, 구글캘린더와 연동하는 방법도 찾아 올리고 했던 학생입니다. Onenote도 활용 중이였구요!

    이후에 특강 감사히 잘 들었다는 메일을 보내려 했는데, 이메일을 메모하지 않았더군요.
    ppt 슬라이드에 메일주소가 적혀있던 것이 기억나서, 교수학습센터에 ppt file을 요청하는 전화와 메일을 보냈었는데 끝내 일이 바쁘셨는지 파일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행이 이 싸이트를 찾을 수 있었네요!
    다름이 아니고 그 이후로 Workflowy를 정말 잘 사용했었고 도움을 받았기에 감사의 메일을 씁니다.
    또한, 추가로 Dynalist라는 강력한 툴을 알게되어 공유해드리고 싶었습니다.
    https://dynalist.io/
    Workflowy와 다르게 무제한 확장이 가능하며, 폴더 생성 문서생성, 그리고 그림 붙여넣기까지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더라구요.
    단축키 몇가지만 본인 편리하게 바꾼다면,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Workflowy의 모든 내용을 가져올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무리 없이 이용하시기 좋을 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시 한번 좋은 특강 전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일융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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